SAP ERP 탈출 여정기 (성공)
회사에서 부서이동에 성공했다.
우선 우리 회사는 부서이동이 자유로운 회사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부서이동 정책이 나와 있으나, 막상 부서이동 하려고 하면 배신자 취급을 하므로 정말 힘든 구조)
처음에는 부서이동에 실패한 줄 알았으나, 성공하고 기쁜 마음으로 후기를 기록하기로 했다.
SAP ERP 부서 배치, 잘못끼운 첫 단추
지금 회사에 신입 공채로 입사했다. 대기업 공채 입사의 최대 단점은 부서 배치이다. 경력 채용처럼 특정 자리나 특정 팀에 티오가 나서 뽑는 것이 아니라 대량으로 신입사원을 뽑아놓고 부서 뺑뺑이를 돌려버린다.
나는 웹 개발, 서버 개발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제발 SAP ERP 부서만 아니기를 빌었는데, 너무 간절했는지 정확히 SAP ERP 부서로 배치받았다...!
부서 배치 공지가 떴을 때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모르겠다.
내가 SAP ERP 탈출하고 싶어하는 이유들
SAP ERP 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나랑 스타일이 맞지 않을 뿐이다.
(1) 개발자가 맞는가?
솔직히 개발자라고 말하기 힘들다. 나는 2023년 1월 2일에 입사하여 2월 10일까지 개발 기초 교육을 수강하고 2월 13일에 부서 배치를 받았다. 부서 배치를 받은 순간부터 현재까지 "코드" 라는 것을 단 한 줄도 구경하지 못했다.
ABAP을 하지 않느냐? 라고 말한다면, 정확히 나는 BC 라는 Basis Consultant 업무를 하고 있다.
BC는 ABAP 개발이 아니라 SAP ERP 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수행한다. 시스템 구성, 메모리 관리, 하드웨어 관리, 사용자 관리, 모니터링 등등 admin 으로서의 관리가 주 업무이다. 간단히 말해서 SAP 관리자다.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사수가 "우리는 ABAP을 몰라도 돼" 라고 나에게 얘기 할 정도로 ABAP을 쓰지 않는다.
정말 충격이었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가 정말 선녀로 보일 지경이다!!
내가 퇴사한 이유
나는 2022.09.30 일자로 퇴사했다. 추석 끝나고 와서 딱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했다. 직장 동료들과 마지막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퇴사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1.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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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언어 vb6가 이제는 정말 감지덕지한 입장이 되어버렸다.
정말 개발이 하고 싶어서 이직을 결심하고 열심히 공부해왔는데 너무 속상했다.
(2) 폐쇄적인 문화
SAP는 매우 폐쇄적이다. 당장 구글에 검색해도 정보가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java, js 등등 다른 언어에 비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이것을 장점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진입장벽이 높고 독학이 절대 불가능하므로 오로지 회사에서 접해본 사람들만 기회가 있다. 대다수의 대기업들은 SAP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요는 꾸준히 있으나 공급이 적다. 이러한 폐쇄적인 시장 덕분에 SAP 관련 직무들이 몸값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내가 개발자로서 매력을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문화다. 더 나은 개발 문화를 위해, 더 나은 기술 역량을 위해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문화가 정말 좋았다.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했던 노력
(1) 업무 환경 개선하기
넥스트스탭 수강하면서 "지금 현재 상황을 바꾸려고 개선하려고 노력해라"를 따르고자 나에게 주어진 업무 환경이라도 개선해보려고 노력해보았다.
- SAP 와 연동하여 안드로이드 앱 개발하기
- RPA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하기
- ABAP 공부하기
(2)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
사내에 자바로 만든 챗봇이 있었다. 이거라도 저에게 업무를 주시면 안되냐? 여쭤보았는데 "관리해주는 협력사가 존재하는데 너가 굳이? 잘못되면 책임질래?" 라는 말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3) 부서 이동 면담 요청
부서이동에 대해서 몇 번이나 요청드렸는지 모르겠다. ㅎㅎ
(4) 개인 공부
부서이동의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아서 개인 공부와 토이 프로젝트를 만들며 준비해왔다.
그리고 면담할 때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며 어필했더니 정말 좋아하셨다.
결론은 최선을 다하자
사실 예전 회사에는 무언가를 말하기 두려워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퇴사를 진행했다.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이 참 많았다. 이번에는 섣부르게 퇴사하고 싶지 않아서 끊임없이 부서이동을 요청드렸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고 기다렸다.
포기해야하나? 싶을 때 쯤 다행히 부서이동에 성공했다.
새로 바뀐 팀은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부서다. 아직은 전보 한 달차라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맡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 개인 공부만 하고 있다. 힘들게 옮긴 만큼 이 감정을 잊지 않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해볼 예정이다!!
이직을 위한 공부가 아닌 성장을 위한 공부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