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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된 나의 일기장 디지털 전환하기

ompeom 2024. 1. 16. 17:22

나는 15년 째 일기를 쓰고 있다. 

 

처음 일기를 쓰게된 계기

초등학교 때 강제로 일기를 쓰던 시절을 제외하고, 일기를 쓰게된 처음 시작은 중학교 때 유행하던 다이어리 꾸미기였다. 친구가 본인이 꾸민 다이어리를 가져왔는데, 매일 쓴 일기장 속에 아기자기하게 스티커와 그림들이 귀여웠다. 그게 너무 탐이나고 멋있어 보였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게 지금까지 쓰고 있다.

 

기록을 하게되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

(1) 감정을 절제할 줄 알게되었다.

2017년, 2018년, 2019년에 작심삼년이라는 3년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매년 일기장 사는게 귀찮아졌을 때 우연히 보게 되어 구매했었다.

2017년 1월 1일, 2018년 1월 1일, 2019년 1월 1일을 한 쪽에서 동시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지금은 흔하지만 그 당시에는 매우 신선하고 독특한 구성이었다.

 

이 다이어리의 진가는 2018년 1월 1일부터 발휘했다. 2018년부터 두 번째 칸에 일기를 적으며 자연스레 2017년의 같은 날 무엇이 있었는지 보게 되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그 당시 상황에 대해 느꼈던 감정들을 굉장히 솔직하게 적어두는 스타일이다. 특히 분노했거나 짜증났던 일들은 날 것의 그대로를 작성하는 편인데, 정확히 1년 후에 다시 보니 90% 이상 대다수의 것들은 별 것도 아닌 일이었다. "이런 거에 이렇게까지 화가 났었다고?"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그 뒤로 화가 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아 이게 과연 1년 뒤에 보았을 때도 화가 날 일인가?"

나는 작심삼년 다이어리 덕분에 다혈질적 성향을 많이 고쳤다. 수 년간 꾸준히 일기를 쓰면서 얻은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2) 스쳐지나가는 별거아닌 일상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처음 일기 쓰기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다이어리 꾸미기가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오롯이 나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다.

정말 매일매일 365일을 특별한 일이 없었던 날도 단 한 줄이라도 작성했다. 솔직히 평범한 일상은 일기에 자세히 적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록해도 기억나지 않을 평범한 일상일지라도 금새 잊혀지는 게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하고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365일 쓰고 있다. 그리고 이것도 습관이라고 매일 쓰지 않는다면 해이해지기 쉽다고 느껴서 더 의식적으로 한 줄이라도 쓰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하게 된 이유는

그렇게 쌓인 일기장이 3년 다이어리를 포함하여 벌써 12권이다.

 

올해도 2024년이 시작하고 기계적으로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서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문득 쌓여있는 일기장들이 짐짝처럼 느껴졌다. 난 아마 10년 뒤, 20년 뒤에도 일기를 쓰고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우리집에 쌓이는 다이어리가 20권, 30권??...

 

그래서 여러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나같은 사람들을 꽤 여럿 볼 수 있었다. 50년 이상 쓰신 분도 계셨다...!

다들 이사 다니고 오래되고 쌓여가는 일기장을 처치 곤란이라고 하더라.

 

수기 다이어리에서 구글 캘린더 다이어리로

웹페이지나 어플에 기록을 옮기고 싶은 마음은 예전부터 있었으나, 관련 서비스를 운영중이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남의 서버를 믿을 수가 없었다. 과연 이 웹페이지 또는 앱이 10년 뒤에도 정상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을까? 서비스 종료로 내 인생 기록이 날라가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최근 아래와 같은 이유로 "구글 캘린더" 로 정하게 되었다.

 

(1) 현재 일정 관리를 구글 캘린더로 하고 있다. 일정 관리와 분리되게 캘린더를 작성하면서도 개별로 체크하여 보기도 가능하다.

(2) 접근성이 좋다. 앱으로도 PC로도 편하다.

(3) pdf 로 백업이 가능하다.

(4) 검색이 가능하다.

(5) 구글 캘린더는 안없어지지 않을까?

 

수기 다이어리 디지털 전환을 하며 느낀 깨달음

(1) 조금 더 자세히 기록하자

이전에 써둔 일기장을 보며 기록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실 3년 다이어리를 쓸 때를 제외하고 과거의 기록을 잘 보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기록을 옮기면서 이제서야 깨달은 점이 있다.

일기를 쓸 때는 현재 내가 어떠한 상황에 쳐했는 지 다 알고 있고 생생한 기억일 때 작성한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보면 너무 요약해서 왜 이런 생각과 감정을 느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일일히 기록하기 귀찮기도 하고, 이런 것까지 쓰기 그렇네? 해서 넘어갔던 부분들이 필요했다.

 

이건 타인과 대화할 때도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내 입장에서야 다 알고 있고,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요약해서 말할 때가 많은데 다른 사람이 볼 땐 맥락상 이해가 가지 않는 대화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이제는 더 세세히, 특히 내 상황과 감정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작성하고 꼼꼼하고 가감없이 써야겠다.

 

(2) 멘탈 관리 잘하고 절대 시야가 좁아지지 말자

국비 교육 시절을 옮겨 적으며 느낀 것인데, 나는 무언가 하나에 몰두하면 굉장히 시야가 좁아진다. 그럴만도 한게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매일 국비 학원에 박혀서 수업만 듣고 집가서도 그것만 공부하다보니 그 시절 "국비 학원 세상" 안에 갇혀 버렸었다. 학원에서 배운 것이 전부이고 학원에서 만난 사람들이 전부였다. 학원에서 내가 잘하는 편이었고 엄청 잘났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우물 안 개구리 그 자체인데 부끄럽다.

 

지금도 이따금씩 시야가 굉장히 좁아지고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서 갇혀 괴로워하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만든다. 항상 멘탈 관리 잘하고 세상을 넓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이어리 버리기

이제는 묵은 다이어리들을 전부 버리려 한다.

공부나 업무를 모두 컴퓨터로 작업하기 때문에 일기 쓰기 외에는 펜을 들지 않는다. 앞으로는 더더욱 펜을 잡을 일이 없겠지?

여러가지 면에서 속이 시원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회사에서 같은 팀원과 다툼이 있었다. 서로 언성을 높이며 크게 싸웠다. 팀원과 나는 정말 하나도 맞지 않았다. 그래도 같은 팀이니까, 계속 얼굴 보며 업무를 해야하니까 먼저 가서 사과를 드렸다. 그리고 서로 안맞는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 고쳐나가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드렸다. 근데 돌아온 대답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나는 나이를 먹어서 고칠 수가 없다. 그리고 고칠 생각도 없다. 그냥 너가 앞으로 나한테 맞춰라."

 

팀원을 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타산지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에 대해서 많은 깨달음을 주셨다.

 

물론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다" 라는 오래된 명언이 있을 정도로 변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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